책 소개
노광희 시인의 네 번째 시집『손톱을 길러보기로 했어』에는 삶에 대한 성찰적 사유와 일상의 미학이 직조되어 있다.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에는 자연, 사물, 관계성 등을 키워드로 한 시편들이 다채롭게 담겨있다. 그는 시 쓰는 일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시를 짓는다는 것은 위태롭고 아름다운 것”이며 “인생처럼 살아남는 것들의 시간을 문장으로 건지는 일이다.”(시인의 말 중에서) 여기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인생처럼 살아남는 것들의 시간을 문장으로 건지는 일”에 기꺼이 동참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마음에 힘이 없어서 스스로 잘려 나가고 뜯겨졌던 살점들”(「손톱을 길러보기로 했어」)을 헤아리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자기 돌봄의 세계로 안내하는 문장 한 줄 한 줄에 밑줄을 긋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 정보
지은이 : 노광희
월간 순수문학(2001)에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한국 문인협회, 용인 문인협회에서 활동하며 종자와 시인 박물관에 시비 선정 수혜(상처에 대하여) 시비가 있다. 시집『따뜻한 남자의 손은 두 개다』, 『상처에 대하여』,『너를 기다리는 동안』이 있다.
추천사
노광희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우리에게 따뜻한 안부와 위안을 묻는 시이다. 사물이 우리에게 귓속말로 건네는 시점, 그 너머의 그늘까지도 빛으로 승화시키는 은유의 세계로 초대하는 시다. 삶에서 적나라하게 건져 올린 한 바가지의 찬물을 시인은 정수리에 쏟아 부었다. 단단하면서도 곰삭은 밥상에 이승과 저승의 경계마저 마주 앉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어가 뜨겁다. 어떤 사물을 불러 세워도 미끄러지지도 않고 모난 데 없이 잡아채서 흐르게 하는 삶의 시어, 장마에 황토물이 지나간 자리, 퍼덕거리며 강물마저 삼키는 문장, 징검다리 위로 나는 검고 푸른 나비이다.
_박수자(시인)
잘려 나간 손톱, 가지 잘린 나무, 무심히 지나온 기억들. 노광희 시인의 이번 시집은 손끝에서 시작된 미세한 통증을 따라간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자주 스스로를 외면해왔는지를 되짚고 있다. 고통은 현재진행형이고 외침은 아득하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한다. ‘돌봄’이라는 말이 낯선 사람들에게, 이번 시집은 무너진 감정의 조각들을 조용히 쓰다듬기를 제안한다. 특히 「손톱을 길러보기로 했어」라는 시에서 매니큐어를 칠하는 행위는, 아픔을 감추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이제는 자신을 사랑하겠다는 조용한 선언이다.
_이은규(시인)
목차
제 1부
민들레 노랑물
나의 아름다운 창
손톱을 길러 보기로 했어
저녁 숟가락에 앉아
해당화 피고 지면
나의 어린 왕자에게
수요일 오전을 기록하기
지문의 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검은 발톱
나를 잃어버리는 중
유쾌한 버스를 타고
4월에 내리는 눈
제 2부
안부가 따뜻해서
오전 11시의 행복
강화도 세탁소에는
맨드라미
그 사이에 벌어지는 일
모든 것의 함수관계
탱자 돌아오다
붉은 꽃을 얹어 먹다
파꽃
감자를 캐다가
동백꽃 아래서
냉이꽃이 피면
나중에 조금씩 울어줄게
제 3부
바람 들다
오늘은 기우뚱하다
새들의 문자
폐가
조문
라스트 댄스
멸치똥
타인의 숨을 데리고
씩씩한 남자
천개의 흰
파를 다듬다가
새들의 우주
고마워 코미디
제 4부
끌어당김의 법칙
행복을 찾아서
홍학이 있던 자리
여름이 붉어 있었다
우기를 견디는 법
나의 그림자
완벽한 한 잔의 커피를 위하여
당신에 관한 편지
시옷의 항거
어느 남자 이야기
엄마를 베어 먹다
너 그거 아니
봄에 내리는 눈
제 5부
기침과 기침 사이의 계절
종이를 접다가
봄 편지
섬
우기를 건너는 중
생일 즈음에
나의 이름을 불러줘
상사화에 부쳐
꽃들에게
가위 바위 보 게임
막차를 기다리며
공중전화
모래무덤
산다는 것은 소금기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