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김종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도서출판 별꽃)가 별·꽃·시 02번으로 출간됐다. 김 시인은 삶의 뿌리를 잃고 부평초처럼 떠도는 현대인의 유목성과 생태 위기, 사회 부조리, 소외계층의 삶을 직정으로 고발하면서도 따뜻한 서정성을 잃지 않는 서정적 리얼리즘 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현대인이 처한 ‘변방’에 주목하면서도 결코 절망하거나 항복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인간성 회복에 주목하게 한다. “기우뚱”하지만 끝내 날아오르고(첫 시집 『기우뚱, 날다』), “저물어 가는 지구”이지만 굴리기를 멈추지 않음으로써 비록 또 다시 되풀이할 지언정 인간 실존과의 싸움에서 결코 뒷걸음질 치지 않는 팽팽한 자존과 존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두 번째 시집에서는 평소 ‘변방’을 다루고 있는 시인의 통찰은 같지만, 첫 번째 시집에서 보여준 우리 시대와 사회의 현실주의에 뿌리를 둔 시편에서 한 걸음 더 나가고 있다.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와 성찰로 삶과 죽음, 빛과 어둠 사이의 길목에 놓여있는 사물(현상)의 시원까지 확장 시키고 있다. 그곳에서 김 시인은 인간 실존의 부조리함을 위트와 구수한 넉살로 반전시키는 여유로움 속에 보다 안온한 서정성을 획득하고 있다.
해설
시적으로 마련된 상상의 무대 뒤편에 불온한 핏빛이 서려 있듯이 김종경은 안개를 비명과 어둠, 고양이와 같은 영묘한 이미지들과 뒤섞어 혼돈의 맥락을 구축한다. 그 속에서 화자들은 낯선 이미지들의 기이한 혼종이 자아낸 불면의 밤을 외롭게 보내며, 잠과 각성이라는 불명확한 경계 위에서 희미한 소문들의 잔상을 마주한다. 어둠과 안개, 불온함에 얼룩진 부분은 지도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두려움을 불러온다. 어디에 당도할지 짐작하기 어렵고, 심지어 그곳이 위험한 곳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 정재훈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그래, 나는 시인한다.
2022년 12월 겨울공화국 광장에서
김종경
저자 약력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나 동국대 (언론학석사)와 단국대 (문학박사)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 계간 『불교문예』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 『기우뚱, 날다』 포토에세이 『독수리의 꿈 』 이 있다. 틈틈이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하고 있으며 <오일장 사람들>과 <독수리의 꿈>을 주제로 한 개인전 다수와 다양한 기획전을 개최했다. 90년대 초중반부터 『용인문학』과 『용인신문』 발행인 겸 기자로 활동 중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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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당신은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가
빛의 유족들 10
어떤 이별법 11
다뉴세문경 12
혼돈의 밤 14
잃어버린 시간 16
옥색꼬리산누에나방 18
떠도는 새 20
학대에 대한 보고서 22
트라우마 24
훈방조치 25
오월의 짙은 풀 향기처럼 26
무단횡단 28
몽상가 30[2부] 모닝커피를 위해 긴 줄을 서고
율법의 땅 32
낀장에 내린 함박눈 34
철수시장 36
저 가로등처럼 38
산천어와 은어가 대를 이어 40
무정란을 깨며 42
아리랑 요양원 43
커피콩처럼 검붉게 44[3부] 노을 밖 세상
불온한 소문 48
생의 절벽에서 49
새벽 다섯 시, 50
길거리 경제학 51
폭설주의보 52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 54
김량천의 안개 56
문신의 추억 58
강남스타일 60
묵묵부답 62
거울 없이도 64
당선통보 66
수몰의 역사 68
동락전, 그 후 70[4부] 그래, 나는 시인한다
물구나무를 위한 변명 72
호우주의보 74
난청 75
너도, 한 번쯤 76
보길도 78
휴양림에서 80
사랑학 개론 82
시인 84
영감靈感 85
무심 86
지구본을 돌리며 88
나쁜 습관 90[5부]가장 여리고 강한
새벽 92
그해 겨울 93
봄날예보 94
직유 95
청춘일기 96
잘 삭은 거름 98
신록 연대기 100
법정 스님과 해바라기 102
가장 여리고 강한 104
소몰이 106